렌x라가>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최주혜2025-03-22 03:17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w. 시나
칙—치직, 칙.
아아, 아.
연합정부 소속 안전지대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을 생존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여러분은, 파이로젠 바이러스,
통칭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한,인류의 희망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생존자 여러분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감염자’를 보실 경우 속히 처단해 주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
낮에 움직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곳의 좌표는 xxx.xxx.xxx.
다시 한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그곳의 좌표는... … 그곳의 좌표는 xxx.xxx.xxx.
다시 한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뚝.
당신은 몇 번도 더 들은 라디오의 방송을 끄고,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오늘 쉬어가기로 한 폐공장의 창고 한 구석은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벽 꼭대기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정오의 햇빛이 비치고,
당신의 옆에선 라가가 고단한 얼굴로 잠들어 있습니다.
…..
2020년 10월 27일.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 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곧 좀비들에게 몇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 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해진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해, 빛이 없는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 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힘을 잃고, 집단 자살이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생존할 길을 찾기 마련입니다.
좀비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정부가 설립되었고,
이 기관은 생존자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1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라가는 이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잠든 라가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런데, 라가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 듣기 판정 ]
렌: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라가가 중얼거리는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았습니다.
“... 약속해야 해, 반드시…”
뭘 약속한다는 걸까요,
라가의 표정은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다.
렌:....자기야.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한 좌표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네 어깨를 가볍게 흔들어 깨워본다. 잘 자는것도 중요하지만 악몽을 꾸는거라면 오래 자도 피곤할테니.) 자기야, 일어나봐.
라가:(흔드는 손길에 조금 놀란듯 번쩍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금방 너를 찾으면 진정한듯 네 손을 잡고 일어난다.) 응, 무슨 일 있어?
렌:(잡아오는 손을 한번 더 힘주어 꽉 잡아내고 안색을 살폈다.) 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표정이 너무 안 좋던데... (빈 손으로 네 머리칼을 가볍게 넘겨주는 표정에 걱정이 가득했다.)
라가:...아, 응. 좀 기분 나쁜 꿈을 꿨더니 그런가봐. (손길에 고개를 기대어 방금까지 잠에 닫혀있던 눈꺼풀을 몇번 깜빡인다.) 나 걱정해서 깨워준거야?
렌:기분 나쁜 꿈? (머리칼을 넘겨주던 손에 네 눈가까지 몇 번 쓸어주고 나서야 천천히 떨어진다.) 응, 자기 표정이 너무 안 좋아서. 대체 무슨 꿈을 꿨길래?
라가: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되게 별로였어. 으. 고마워. (소름돋는 몸을 훅 떨고나면 시선을 마주치고 웃는다.) 가끔 그럴 때 있잖아.
렌:고맙긴 뭐 이런걸로. (어깨를 으쓱이고 함께 웃으면서도 맞잡은 손은 놓지 않고 있었다.) 요즘 더 예민해서 그랬나?
라가:환경이 좋지 않으니까 그런가봐. 혹시 몰라. 자기도 그런 꿈 꾸게 될지. (잡은 손을 이리저리 만지작 거리다가 묻는다.) 지금 몇시야?
라가는 당신에게 대뜸 시간을 묻습니다.
지금 시간은 아침 11시 48분,
곧 정오가 될 시간이네요.
렌:이제.. 곧 정오쯤이겠다. (그런 꿈을 꾸게 될까. 물론 언젠가 그런 날도 있지 않을까 싶기는 했다.) 내가 그런 꿈 꾸면 자기도 나 깨워줘야해?
라가:당연하지. 자기가 끙끙 앓고 있는걸 어떻게 그냥 봐. (너의 뺨을 붙잡고 쪽. 입에 가볍게 입맞추고 떨어진다. 그리고 뺨을 살살 문질러준다.) 이제 내가 보초 설게. 자기는 눈 좀 붙이자.
렌:(입 맞춰주고 매만져주는 네 손길에 뺨을 조금 더 꾹 눌러 문지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널 한 번 바라본다.) 더 안 자도 괜찮겠어?
라가:응. 슬슬 자기도 쉬어야지. 계속 누워있을 수도 없고. (방금 네가 해준 것처럼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쓸어만지고 팔을 크게 벌려 꼬옥 안는다. 품에 넣고 잠시 조용하다가 어깨에 이마를 부비며 대뜸 말한다.) 난 자기가 무엇보다 제일 소중해. 알지?
렌:(품 안 가득차는 온기를 꼭 마주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나한테도 자기가 제일 소중한걸. (고개를 살짝 비틀어 네 뺨에 입술을 꾹 눌렀다가 천천히 몸을 떼어내고 옆에 누워 널 바라봤다.) 피곤하면 언제든 깨우고.
라가:응. 푹 자. 피곤하겠다. (누운 너의 머리를 살살 만지다가 눈 위로 손을 덮어준다.) 잘 자.
여정의 피로 때문일까요. 당신은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6월 8일 7 :00 pm
라가:(너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고 두드리며 크지 않은 소리로 낮게 말한다.) 자기야, 이만 일어나봐.
렌:(네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되는건지 생각보다도 엄청나게 푹 잠들었던 듯 했다. 네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뜨면 창 밖엔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으니) ...응-, 몇 시야?
라가:이제 막 7시야. (손목 시계를 보다가 팔을 내리고 저 멀리 보이는 환풍구 너머를 가르킨다.) 슬슬 움직여야 될것같아. 조금이라도 멀리 가면 좋으니까.
렌:(거의 7시간을 자버렸네. 스스로도 조금 놀란 듯 표정이 얼떨떨했다. 네 손 끝이 가르키는 방향을 한 번 흘깃. 바라보고 몸을 일으켜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응, 서둘러 가자.
환풍구 너머의 하늘은 뉘엿하게 해가 지고 있습니다.
곧 좀비들은 활동을 멈출 테지요.
당신과 라가는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창고를 떠납니다.
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내려앉고,
넓은 공장 부지는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따금 이 공장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목적 없이 배회하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과 라가는 숨을 죽인 채 살금살금, 폐공장 지대를 빠져나옵니다.
[ 행운 판정 ]
렌:
기준치:65/32/13
굴림:78
판정결과:실패
당신이 한 발을 내딛자 당신의 발치에서 난 부스럭, 하는 소리가 납니다.
이런, 미처 발밑의 과자 봉지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근처에 있던 좀비 두 마리가 일제히,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봅니다.
[ 민첩 판정 ]
렌:
민첩
기준치:70/35/14
굴림:52
판정결과:보통 성공
라가의 손짓을 신호로 당신과 라가는 죽을힘을 다해 달립니다.
뒤에서 좀비들의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얼마나 달렸을까요?
다행히도 좀비들을 따돌리는 데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라가는 지도를 보고, 언제나와 같은, 긴 여정길을 걷습니다.
뻥 뚫린 흙길과 초원은 이따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합니다.
오늘은 달이 밝아 다른 조명 없이도 길이 잘 보입니다.
라가:발 밑좀 잘 보고 다닐걸 그랬나봐. (방금까지 목숨이 위험했던 것 치고 꽤나 즐겁게 웃으며 가쁜 숨을 골라쉰다.)
렌:(가쁜 숨을 천천히 내쉬다 네 말에 작게 웃음이 터졌다.) 하, 하하- 그러게.. 거기 과자 봉지가 있을 건 또 뭐야.
라가:그래도 별로 다친 곳 없이 나왔으니까. (같이 웃는 너를 보다가 손을 잡고 작게 흔들며 걸어본다.) 가는 길에 마을도 있을거야. 지금도 형태나 사람이 남아있는진 모르겠지만.
렌:(상황에 맞지 않게 천진한 네 몸짓이 되려 긴장을 풀어준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따라 걸으며 주변을 눈으로 훑었다.) 집이야 뭐 하나쯤은 멀쩡하지 않겠어? 그리고 마음 같아서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기도 해.
라가:하긴, 이런 상황에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들 하잖아. 귀신보다 범죄자가 무서운 것처럼. (이야기를 하다가 저 멀리 어둠 속에서도 흐릿하게 보이는 형상에 손으로 가르킨다.) 저기인가봐. 마을.
당신들이 걷는 도로가 흙길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바뀌고 난 얼마 후,
[ 이스트 베일에 어서 오세요 ],
라고 적힌 핏자국이 말라 붙어있는 간판이 새벽 어스름 너머로 보입니다.
라가:안에서 쉴만한 곳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좀 몸이 편할텐데. (그치? 동의를 구하듯 고개를 돌려 너를 보고 작게 미소짓는다.)
렌:(마주하는 눈빛에 홀린듯 고개가 따라가 네 뺨에 쪽, 가볍게 입 맞추고 배시시 웃었다.) 응, 이번에는 창고 말고 진짜 집 같은 곳으로. 그래도 아직 괜찮은 집이 있을지도 몰라.
라가:이왕이면 침대도 좀 깨끗하고, 둘이 누워도 여유로울 정도로 큰 집이면 좋겠다. 창문도 다 멀쩡히 달려있고. (얌전히 입맞춤을 받고 나면 잡은 손을 흔들며 열심히 발을 움직인다.)
[마을]
당신과 라가는 마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한때 주민들이 살았을 마을의 거리는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을 빈 주택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시체 덩어리들과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당신과 라가는 이따금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거리들을 걷다, 주변에 좀비들이 없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저 집이라면 좀비들과 싸우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렌:(유독 주변이 깨끗한 집을 발견하면 너와 그 집을 번갈아 바라보고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네 의사를 구했다.) 저기 어때? (들릴 듯 말 듯 아주 조용히 속삭이고 답을 기다리며 얌전히 눈을 굴린다.)
라가:어디? (조용히 답하며 가르키는 곳을 본다. 저가 보기에도 괜찮은 집으로 보여 금방 고개를 끄덕이며 맞잡은 손을 단단히 꼬옥 잡는다.) 응, 저기로 가자. 좀비 때려 잡는것도 이젠 귀찮단말이지.
렌:(네 허락이 떨어지면 방금같이 과자 봉지를 밟는 바보같은 실수를 막기 위해 발 아래도 살펴가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네 말대로 이제는 좀비 때려잡는 것도 귀찮아졌으니.) 그냥 최대한 피하는게 좋긴 해.
[ 주택 ]
당신과 라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평범한 단독주택의 가정집 안은 이미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라가:그럼 그렇지, 누가 먼저 다녀갔나봐 (발 밑을 봐가며 천천히 주택 안쪽을 둘러본다. 와중에도 너를 잡은 손은 꼬옥 잡고 놓지 않으며 잘 오고 있는지 확인한다.)
렌:그래도 지붕 멀쩡히 달려있는게 어디야. (요즘 같은 때는 이렇게 멀쩡히 남아있는 집 자체가 찾기 힘들었으니, 이 정도도 감지덕지였다.) 우리 자기가 찾던 침대도 있으려나?
라가:으음, 안방에 있지 않을까? 여기에 살았던게 바닥에서 자는 취미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집을 찾은게 조금은 안심이 됐는지 농담을 붙여가며 말한다.)
렌:동양인이 아니면 침대쯤은 있겠지. (웃으며 대꾸하고는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거실부터 눈으로 천천히 훑어보다가 도끼를 발견했다.) 저거, 도끼도 챙겨두자.
[ 도끼 ]
꽤나 큼직한 손도끼입니다.
평소라면 나무를 다듬는 데나 쓰였겠지만 세상이 망해버린 지금은 그 쓰임새가 좀 달랐겠지요.
도끼날과 손잡이엔 핏자국이 검붉게 말라붙어 있습니다.
당신은 손도끼를 챙겼습니다.
라가:으음, 좋아. 확실히 뭉뚝한 몽둥이 보다는 도끼가 낫지. (허리를 숙여 바닥에 있던 도끼를 잡아 손잡이를 쥐었다 펴본다. 특별한건 없어보이는걸 확인하면 너의 손에 잘 쥐여준다.)
렌:(손잡이에 묻은 핏자국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도끼가 있다면 확실히 좋을테니 얌전히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집 내부를 한 번 둘러보고, 다시 널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방부터 볼까? 아니면 주방? 벌써 털렸을 것 같긴하지만.. 운이 좋으면 먹을게 남아있을지도 몰라.
라가:통조림 같은게 있으면 좋긴 할것같은데. 사실 너무 오래돼서 기대는 안되지만. (흠- 하고 잠시 고민하는듯 하다가 금방 성큼성큼 주방쪽으로 걸어간다.)
[ 주방 ]
냉장고는 텅 비어있고, 검게 변한 핏자국으로 더러워진 식탁과 조리대 위에는 식칼과 쇠톱이 놓여 있습니다.
쇠톱의 날 사이사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점들이 굳은 피와 엉겨 붙어있습니다.
주방 구석에 놓인 큼직한 검은 쓰레기통에선 악취가 풍겨오네요.
렌:으... (주방으로 다가갈수록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래도 테이블 위에 놓인 식칼을 챙겨 가방에 넣는 것은 잊지 않았다.) 저 톱은.. 딱히 좋아보이진 않아. (날 사이사이에 뭔가 잔뜩 낀 것도 그렇고, 사용하기에는 칼이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식칼을 챙기고나면 선반이나 서랍들을 열어 그 안을 뒤져본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뭐 없어보이네..
이미 누가 다녀간게 확실함을 보여주는 서랍은 텅 비어있습니다.
라가:뒷정리도 안하고 말이야. (괜히 발로 의자를 툭 차본다. 반대변 선반들을 열어가며 안을 확인해보다가 텅 빈 풍경에 쩝. 입맛을 다시고 그대도 뒤돌아 너에게 간다.) 어쩔 수 없지. 그냥 있는거나 먹어야겠네.
렌:(의자를 차는 네 행동이 귀여웠는지 불평을 하는 상황에도 웃음이 새어나왔다. 다가오는 네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허리를 감싸 재빠르게 주방을 벗어났다.) 먹더라도 여기선 먹지 말자, 냄새 때문에 코가 아플 지경이야.
라가:이런데서 먹으면 멀쩡한 음식도 배탈날걸? (동의하는 웃음을 흘리며 한 팔로 너를 꼬옥 안아 걸음을 맞춰 걷는다.) 방을 좀 볼까? 통조림 같은건 없겠지만.. 잠은 자야되니까.
렌:응, 방도... 3개가 있네. (주방을 벗어나면 그제서야 숨을 크게 내쉬었다. 옆에 닿아오는 온기에 또 기분이 좋아 뺨을 맞대 가볍게 비벼보기도 했다.) 저기 제일 큰 방부터 가볼까? (주방 바로 앞에 위치한 방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라가:그럴까아~ (세상이 살만하지 않아도 너와 있으면 마냥 기분이 좋아서 늘어지는 말을 뱉으며 방의 문을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열어본다.)
[세 번째 방]
나름 깔끔해 보이는 이 방은 침실입니다.
옷가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옷장과, 킹사이즈의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어요.
렌:(기대했던 침대가 눈앞으로 보이면 표정이 환해졌다.) 우리 자기가 찾던 침대인데? 그것도 엄청 큰.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침대를 보는 것 만으로도 풀리는 듯 했다. 매고있던 가방을 침대 옆에 손 뻗으면 바로 닿을 만한 거리에 내려두고 뻐근한 어깨를 가볍게 돌렸다.)
라가:그러게. 완전 딱이다. (매고 있던 가방을 너의 가방 옆에 내려놓고 침대 위에 있는 먼지를 손으로 툭툭 털어낸다.) 집을 조금만 더 둘러보고, 필요한거 있으면 챙겨와서 자고, 그러고 출발하면 될것같아. 응. 나름 성과가 있네!
렌:그럼 남은 방만 바로 털어보고 오자. 침대 보니까 얼른 누워서 쉬고 싶어졌어. (뿌옇게 일어나는 먼지에도 기분이 좋은지 목소리가 한결 가벼웠다. 네 손을 꼭 잡아 남은 방 중 비교적 작은 방으로 먼저 걸음을 옮겨본다.) 남은 방들에서도 뭔가 나오면 좋을텐데~
[ 첫 번째 방 ]
이 방은 서재로 쓰던 방인 모양입니다.
한쪽 벽면을 [ 책장 ] 이 차지하고 있고,그 반대편인 [ 책상 ] 이 놓여있는 아담한 구조입니다.
라가:뭐가 많아보이긴 하는데... 칼이 있거나 그럴 분위기는 아니네. (문을 조용히 열고 나면 안으로 들어가 작은 방 안을 휘 둘러본다.)
렌:(눈만 굴려 위험한게 없으려나 한 번 살펴보고 안으로 들어섰다.) 서재인가본데? (먼지가 자욱하게 쌓인 책장을 손 끝으로 가볍게 쓸어보고 그래도 뭔가 쓸만한건 없을지 책들을 이리저리 뒤져보기도 했다.)
[ 책장 ]
책을 보고 도로 꽂아놓지 않아 드문드문 책장이 비어있습니다.
책들은 주로 생물학에 관한 책인 걸 보아 집에 살던 사람의 전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책꽂이를 돌아보던 와중 그중 반쯤 덜 꽂힌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감염에 관하여’,‘ 정신이상 행동론’ 등... 이런 책은 왜 읽은 걸까요?
라가:책도 많고... 도움은 안되겠지만. (옆에서 책을 주워들어 훑어보다가 다시 덮어 빈 자리에 대충 꽂아넣는다. ) 나중에 땔감으로나 쓰겠어.
렌:겨울이었으면 쓸만했을텐데. (고개를 끄덕이고 뭔가 의미심장한 책들을 바라봤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지만 아직은 억측일 수 있으니... 일단 속으로 넣어두고 책상으로 향해 그 위에 놓인 메모를 들여다본다.)
[ 메모패드 ]
낡은 메모패드에는 구겨진 종이뭉치들이 껴 있습니다.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작성하였던 것 같네요.
종이뭉치 곳곳에는 피로 보이는 얼룩이 묻어 있습니다.
[ 자료조사 or 관찰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64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건, 이 집에 살던 생존자의 마지막 기록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묻은 얼룩으로 읽기 힘들었지만 드문드문 멀쩡한 페이지들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가:거기에 뭐라고 쓰여있어? (책장을 살피다가 흥미가 떨어졌는지 너의 뒤로 와 허리를 끌어안으며 어깨 너머로 메모를 본다.)
렌:...이 집에 살던 사람 자식들이 감염됐나봐. (메모를 네게 잘 보이도록 들어주고 아직 살펴보지 않은 방을 떠올렸다.) 아직 남은 방은 안 열어보는게 좋겠는데?
라가:(들어준 메모패드에 손을 받쳐 조용히 읽어나가다가 끝자락을 읽을 때에는 인상이 찌푸려진다. 고개를 돌려 문 밖을 괜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 저대로 놔두고 다음에 올 사람한테 선물로 둬야겠다.
렌:(메모패드를 있던 자리로 다시 올려놓고 몸을 돌려 널 마주 안았다. 어깨 위로 고개를 묻었다. 메모 패드에 써있는 내용이 어쩐지 사람을 울적해지게 만드는 듯 했다.) ...이제 다 봤나?
라가:으음, 여기서 볼건 다 봤네. 저기에 있던 말이 사실이면 옆방은 별로 안봐도 되는거고. (안겨오는 너를 품에 넣어 꼬옥 안아 등을 천천히 토닥인다.) 저걸 보니까 기분이 안좋아?
렌:(이미 숨기기에는 글렀으니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꿈에서라도 메모 패드에 쓰여있는 그런 상황을 겪고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침대니까, 얼른 가서 누워볼까?
라가:(너를 가만히 보다가 꾸욱 입술을 맞대 부비다가 떨어진다. 그러고 나면 손을 깍지 껴 단단하게 잡아 방 밖으로 이끈다.) 그러자. 내가 재워줄게. 저런거 생각 안하고 편히 자게.
렌:(짧은 입맞춤과 말에 안심이 되는지 겨우 입꼬리를 올려 미소짓고 널 따라 침대가 있던 방으로 향했다.) 자기도 같이 자자, 피곤하잖아. (오랜만의 침대이니 아마 몸을 뉘이기만하면 금세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 걷지 않아 침대가 보이면 네 허리를 끌어안고 바로 침대 위로 다이빙하듯 몸을 던졌다.)
라가:(너와 함께 침대에 뛰어들면 재미있는듯 아이처럼 웃다가 손을 들어 흐트러진 너의 머리를 정리해준다.) 아냐, 먼저 자. 오는 길이 힘들었잖아? 나는 자기 재워주고, 조금만 더 깨어있다가.. 그러다가 잘게.
렌:(머리칼을 넘겨주는 손에 가만히 눈을 깜빡이며 널 바라봤다.) 자기도 힘들었잖아. 아니면 따로 뭐 할거라도 있는거야? (혹시 방금 전의 저처럼 뭔가 생각이 복잡해진걸까 하는 걱정도 들어 눈썹 사이가 미세하게 좁아지며 걱정을 표했다.)
라가:으응, 그런건 아니고. 옆방에 뭐가 있는지 알기 전에는 같이 자려고 했는데... (말을 흐리며 문 너머를 잠시 보다가 다시 시선을 네게로 옮긴다.) 걱정돼서. 어제는 자기가 먼저 망봤으니까, 오늘은 내가 먼저. (눈썹 사이를 손으로 꾸욱 눌러 펴주며 뭐가 즐거운지 작게 웃는다.) 아무리 내가 좋아도 이런건 조심하면 좋은거니까. 응? 계속 옆에는 있을게.
렌:(네 말을 듣고서야 납득한듯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내가 생각을 못 했네. (머쓱한듯 웃음을 짓고는 손을 뻗어 네 뺨을 어루만졌다. 예상했던대로 푹신한 침대에 눕자마자 그동안의 피로가 몸을 덮쳐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럼 어디 가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혼자 뭐 하지 말고 바로 깨워야해. 알겠지?
라가:응, 당연하지. 난 자기가 제일 소중하다니까. 걱정말고, 지금은 푹 쉬어. (감기는 눈꺼풀 위로 입맞추면 애를 재우듯 어깨 위로 손을 천천히 토닥인다.)
잘자, 라고 말하는 라가의 표정은 어딘가 지쳐 보이고, 또 슬퍼 보이는 듯 합니다.
당신은 라가에게 뭔가를 더 말하려 했지만… 오랜만에 눕는 푹신한 침대에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6월 9일 6:11 pm
당신은 창 틈새로 비치는 햇빛에 눈을 떴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더할 나위 없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창밖을 보니 노을 지는 하늘이 붉습니다.
분명 눈을 감을 땐 동이 터오던 시간이었는데.
…그렇다는 건,
해가 떠있을 내내,라가는 당신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았습니다.
라가는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 관찰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라가는 당신이 일어난 것도 모른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대며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깨어난 것을 보고 라가는 작성하고 있는 노트를 황급히 감춥니다.
라가:(노트를 덮고 몸을 돌려 침대위로 조금 기어와 너에게 미소짓는다.) 일어났어? 몸은 좀 개운해?
렌:(몸이야 더할 나위 없이 개운했지만... 방금 네가 하던 행동에 어쩐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개운한데... 왜 아직까지 안 깨웠어, 자기 한숨도 못 잔거 아니야?
라가:밖에도 조용하고, 특별한 일도 없고... 잠자리도 좋아서 푹 자는 것같길래, 안깨웠어. 나도 중간에 조금 눈 붙이고 일어났는걸. (손으로 네 뺨을 살살 문지르다가 짧게 입맞추고 떨어진다.) 쉴 수 있을 때 쉬면 좋잖아.
렌:그래도, 나만 쉬면... (네 마음이 어떤 것인줄 알기에 말을 잇지는 못 했지만 궁금한걸 참기는 힘들었는지 묘한 표정으로 네 머리를 쓸어 넘기며 조심스레 입을 뗐다.) 방금 뭐 쓰고 있던거 아니었어? ...어떤거 쓰고 있었는지 물어봐도 돼?
라가:쓰던거? (저 뒤로 떨어뜨려 놓았던 노트를 힐끔 본다. 금방 너를 안아 품에 넣으며 잠시 머뭇거린다.) 사실, 책을 쓰고 있었는데 말이야... 이런 상황에 뭐라도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자기를 위한건데, 아직은 부끄럽단말이지.
렌:(포옹을 거절하지 않고 얌전히 품에 안겨 등을 토닥였다.) 책? (생각도 못 한 말에 고개를 들어 널 바라보다가 노트를 또 한 번 힐끔 바라봤다.) 그럼 나중에 꼭 보여줘, 궁금하다. 알았지? (네가 싫다는데 조르고 싶지는 않았기에 얌전히 수긍하며 네 뺨에 입술을 꾹 눌렀다.) 자기 정말 눈 조금 더 안 붙여도 되겠어?
라가:그럼. 당연히 보여줘야지. 너를 위해서 쓴건데. (힘을 주어 꽈악 안았다가 다시 힘을 풀며 침대를 짚고 몸을 일으킨다.) 응, 정말 괜찮아. 맨바닥이 아니라 그런가, 잠깐 잤는데도 몸이 개운하더라고. 어제보다 더 걸을 수 있을 것같아.
렌:(널 따라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가다가 피곤하면 꼭 말해야해? (침대 옆에 벗어놨던 가방을 다시 메고 개운한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몸상태를 가늠했다.) 그럼 이제 슬슬 출발할까?
라가:그럼. 내가 자기한테 숨기는게 뭐가있어. (제 몫의 가방을 매고 옷을 정리하면 너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여기서 더 쉬었다 갈 순 없는 노릇입니다.
하루빨리 안전지대로 가야하니까요.
해가 지고,달이 뜨고.
당신과 라가는 길을 떠납니다.
길을 걷는 블럭들마다 집들 사이로,좀비들이 느릿하고 목적 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좀비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으며 마을을 거의 다 빠져나오자, 마을 외곽 즈음에 위치한 꽤나 큼직한 [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라가:(주변을 경계하며 조용히 움직이다가 너의 팔을 두드리고 보라는듯 마트를 손으로 가르키며 낮게 속삭인다.) 저거봐. 마트인가봐.
렌:(네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손 끝이 가르키는 곳을 바라본다. 마트라면 확실히 누군가 털었어도 아직 남은 게 있을수도 있었다.) 가볼까? (너와 마찬가지로 목소리를 낮춰 대꾸하며, 주변을 경계하듯 눈을 굴리기도 했다.)
라가:가자. 먹을거나 마실거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너무 많으면 먹기만 해도 되고. (손을 꼬옥 잡고 조심스레 마트로 발걸음을 옮긴다.)
[ 마트 ]
마을을 빠져나가는 곳에 위치해 있는 꽤나 큼직한 마트입니다.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빼곡히 늘어진 진열대가 휑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물건들이 올려진 [ 선반1 ],[ 선반2 ], 그리고 한쪽 벽으론 [ 창고 ] 라 써진 팻말이 보입니다.
렌:(네 손을 꼭 잡고 마트로 들어서면 그래도 물건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듯한 내부의 선반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뭐가 아직 있는데? (입구와 마주보는 곳에 있는 선반으로 네 손을 잡아 이끌었다.)
라가:그래도 이동하려면 싹 쓸어가지는 못하니까. 트레일러가 있는게 아니라면 말이야. (너를 따라 이끄는대로 걸어간다.)
[ 선반1 ]
장난감 코너입니다.
곰인형,유니콘 인형,비비탄 총….
당신은 인형들을 둘러보다 [노래하는 곰돌이]라는 태그가 붙은 인형을 발견합니다.
렌:(음식이 아니라 남아있는 거였나... 살짝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선반을 둘러보다가 곰돌이 인형을 집어 들어본다.) 이거 누르면 노래 나오나? (꽤 귀엽게 생긴 생김새에 웃음을 흘렸지만 눌렀다가 괜히 큰소리가 나면 난감하니 누르지 않고 네 쪽으로 흔들어 보이기만 했다.)
라가:요새도 그런 인형이 있어? 요즘 장난감은 좀 더 다를 줄 알았는데. (곰인형을 받아들어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등에있는 버튼을 꾹 눌러본다.)
인형의 등 뒤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어둡고 고요한 매장 안에 동요가 울려 퍼집니다.
반짝 반짝 작은 별,아름답게 비치네,
동쪽 하늘에서도,서쪽 하늘에서도………
라가는 황급히 인형의 버튼을 눌러 노래를 껐습니다.
주변에 좀비가 없는 것이 다행이에요.
라가:...깜짝이야. 건전지가 아직도 살아있네. (새어나오는 소리를 손으로 막아보려 허둥거리다가 금방 꺼지는 소리에 멋쩍게 웃어보인다. )
렌:(놀란듯 눈을 크게 뜬 채로 주변을 경계하다가 노래가 꺼지면 그제서야 안심한 듯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뭔가 오랜만에 노래를 들으니까 좋았는걸?
라가:이런 노래는 진짜 오랜만에 들으니까. (가만히 인형을 보다가 매고있던 가방 안쪽으로 집어넣는다.)
렌:마음에 들었어? (가방에 인형이 들어가는걸 가만히 바라보다가 잠시만.. 하더니 네 가방 속 인형을 꺼내 건전지를 빼서 주머니에 넣어준다.) ..이건 혹시 모르니까.
라가:자기가 생각보다 좋아하는 것같아서. (빠져나간 건전지를 보고 아, 하고 바보같은 소리를 낸다.) 나중에 또 조용한 곳에 가게되면 그때 더 틀어보자.
렌:응, 그러자. 안전지대에 도착하면 원없이 틀어볼 수 있을거야. (이런 상황이라 그런지, 별거 아닌 동요에도 뭔가 마음이 좋아졌던건 확실했기에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감들을 뒤로하고 옆 선반을 훑어본다.)
[ 선반2 ]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들이 있던 선반입니다.
생존자들이 다녀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빼곡했을 선반이 휑합니다.
드문드문 있는 것들도 쓰레기들이에요.
[ 행운 판정 ]Ÿ
렌:
기준치:65/32/13
굴림:64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쓰레기더미들 사이에서 멀쩡한 참치캔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운이 좋네요!
렌:자기야, 이것봐! (비록 큰소리를 내지는 못 하지만 참치캔 하나를 들어올려 네게 보이며 작게 소리내어 널 불렀다.)
라가:뭐야? (다른곳을 보다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네가 들고있는 캔을 보고 얼굴이 밝아져 한걸음에 너에게 다가간다.) 남아있었어? 자기가 최고네~ (그러고선 너를 꼬옥 껴안는다. 사실 칭찬은 핑계고, 그냥 안고싶었던걸지도 모른다.) 식량은 포기해야하나 했는데.
렌:응, 나머지는 다 별 거 아니긴한데... 그래도 이거 하나 찾았어. (다가오는 너를 꼭 마주 안았다.) 이거라도 있으니 다행이야. (어제는 침대에서 잠을 자고, 오늘은 식량도 하나 찾았으니 어쩐지 일이 잘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선반 다 봤으면 창고도 뒤져볼까?
라가:응, 그러자. 아까 저쪽에서 생각했던건데, 재교같은것도 창고에 있지 않을까? 했어. (캔을 받아들어 네 가방에 넣어 가방까지 잘 여미고 나면 손을 잡고 창고쪽으로 데려간다.)
[ 창고 ]
[ 창고 ] 라고 팻말이 쓰여 있는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잠겨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당신은 지난번 들린 집에서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할까요?
[ 듣기 판정 ]
렌: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74
판정결과:실패
무슨 소리가.. 들렸나요? 잘 모르겠네요.
당신과 라가는 숨을 죽이고 창고 문을 노려보았습니다.
라가:들어가면 좋을 것같은데..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잡고있던 손을 달래주려는듯 살살 문지른다.)
렌:...응, 한 번 들어가보자. 천천히 조금씩 열어서. (문질러주는 손길이 용기를 심어주는 듯 했다. 지난 집에서 챙겨온 도끼를 다른 손에 단단히 틀어 쥐었다.)
짧은 눈빛 교환을 주고받은 후 당신은 끼익, 하고 창고 문을 열었습니다.
창고 문이 열리자 좀비의 희뿌연 눈이,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고 문의 입구를 향합니다.
이윽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옵니다.
[ 힘 판정 ]
렌:
근력
기준치:80/40/16
굴림:91
판정결과:실패
달려드는 좀비를 당신과 라가가 열심히 해치웠지만, 주변 상자에 긁혀 그만 상처가 나버리고 맙니다.
체력 1 감소.
당신과 라가는 좀비가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썩은 살점과 피가 사방에 튀어 흘러내립니다.
[ 이성 판정 ]
렌:
SAN Roll
기준치:80/40/16
굴림:3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처참히 짓뭉개진 좀비의 시체를 뒤로 하고 당신은 창고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널찍한 창고에서 그나마 멀쩡한 [ 상자1 ],[ 상자2 ],[ 상자3 ] 을 발견합니다.
라가:괜찮아? 다친거 아니야? (주변이 정리된걸 확인하면 다급하게 너에게 가 몸을 더듬어가며 상처가 있는지 확인한다.)
렌:휴... (숨을 고르고 널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살짝 긁혔어. 난 괜찮아, 자기는? (다가온 너를 바라보며 마찬가지로 몸을 더듬어가며 살펴봤다.)
라가:나는 괜찮아. 내가 조금 더 조심할걸 그랬나... (긁혔다는 말에 속상한듯 입이 꾹 다물어진다. 그러다가 금방 너의 뺨을 잡고 얼굴 위로 이곳저곳, 여러번 입맞추고 떨어진다.)
렌:하하, 괜찮다니까- (금세 속상한 표정을 짓는 네게 되려 괜찮다며 웃어보이고 떨어진 네 얼굴 위로 따라서 여러번 입 맞췄다.) 자기 안 다쳤으면 됐어.
라가:그럼 다행이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꼬옥 잡아 휙 하고 고래를 돌려 창고를 둘러본다.) 얼른 챙길거 챙겨서 나가자. 위험한 일은 아주 없게 만들어야겠어.
렌:응, 그러자. (흐트러진 내부를 바라보다가 가장 먼저 보이는 상자1을 열어본다.) 어디 문은 앞으로 가능하면 안 열어보는게 좋을지도...
[ 상자1 ]
유행이 지난 옷들을 무더기로 세일할 때 쓰였던 상자인가 봅니다.
상의,겉옷,바지,속옷,양말 등… 당신과 라가의 몸에 맞는 옷들도 있었습니다.
몇 달째 입고 다니던 누더기 같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렌:옷이다! (안 그래도 찝찝했는데 잘 됐다며 옷더미를 끌어내 몸에 맞을만한 것들을 꺼내어 네게도 건네줬다.) 나가기 전에 갈아입고 가면 좋겠는데? (웃으며 제 몫의 옷은 옆으로 내려놓고 상자2를 열어본다.)
라가:이건 생각도 못했네. (건네주는 옷을 받아들어 이리저리 살핀다. 깨끗해보이는 옷에 저도 기분이 들떠 네 옆에 꼬옥 붙어 상자 안을 같이 들여다본다.)
[ 상자2 ]
상자 안을 열어보자 단백질 바 한 무더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면 족히 몇 주를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창고를 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가:이건... (가만히 지켜보다가 손을 뻗어 안에 있는 단백질 바를 불쑥 꺼내온다. 상자 안쪽을 조금 더 뒤적거리다가 단백질 바가 더 있는걸 확인하면 기쁜듯 너를 꼬옥 껴안는다.) 굶어 죽지는 않겠네!
렌:(한무더기 쌓인 식량에 얼떨떨했는지 한박자 늦게 널 마주안고 기뻐했다.) 그러게, 다행이야! 열어보길 정말 잘했는데. (방금까지는 앞으로 열어보지 말자던 마음은 사라졌는지 가방을 열어 단백질 바를 가방에 넣고, 하나는 껍질을 까서 네 입에 물려주기도 했다.)
라가:자기가 다친건 좀 속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거니까. (입에 들어오는 단백질 바를 씹으며 조각을 잘라 네 입에 넣고 옆에서 가방을 채우는걸 돕는다.)
렌:괜찮아, 크게 안 다쳤으니까. (네가 다쳤어도 똑같은 반응을 했었을게 분명하기에 그저 웃으며 안심시켰다. 입에 넣어준 단백질바를 씹으며 마지막 상자를 열어본다.)
[ 상자3 ]
누군가에겐 정말 절실할… 술병들이 들어있습니다.
와인이에요.
마트에서 파는 싸구려 와인이지만 이 망해버린 세상에선 감지덕지일 것입니다.
상자 안을 살펴보던 당신은 문득 당신 곁에 라가가 없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라가가 죽은 좀비의 시체를 뒤지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라가:이거 봐. 여기 총도 있어. (좀비가 입고 있던 옷에서 총을 집어올린다. 옷차림을 보아하니 보안요원인지, 경찰인지.. 그 비슷한 것같다고 덧붙인다.)
렌:(와인을 챙겨 가방에 넣다가 네 옆으로 다가서면 손에 들린 총이 눈에 들어온다.) 총.. 가급적이면 안 써야겠지만 챙겨둬서 나쁠건 없겠지. (입고있던 제 옷은 이제 갈아입을 것이니 네 손을 닦아주고 총은 잘 챙겨 네 가방에 넣어준다.)
라가:아마 한 발 쏘면 좀비로 마을을 만들 수 있을만큼 몰릴걸. (농담조로 웃으며 물건을 챙겨넣은 가방을 뿌듯한 표정으로 툭툭 두드린다.)
렌:가능하면 쓸 일이 아예 안 생겨야겠지. (두둑한 가방을 옆으로 치워두고 꼬질꼬질해진 옷을 벗어 새 것으로 갈아 입었다.) 아- 좀 살 것 같다. 다음에 들를 곳은 샤워실도 있으면 좋겠는데. (무언가 충족되니 여유로운 목소리로 욕심이 가득한 농담도 해본다.)
라가:그러게. 개운하게 씻을 수 있으면 좋겠다. 배도 조금 부르고, 잠도 오랜만에 침대에서 잤고, 옷도 갈아입으니까 좋은데. (챙겨두었던 옷으로 갈아입은 뒤 괜히 옷자락을 늘여 냄새를 맡아본다. 오래 입고있던 옷이 아닌 새 옷에서 나는 냄새는 정말 오랜만에 맡아 기분이 좋아보인다.) 챙길건 다 챙겼지? 놓고가는건 없고?
렌:샤워실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그냥 물이라도 있으면 좋겠어. (하나씩 바라는 바를 늘어놓자면 습관처럼 투정을 부리고 말았다. 내려놨던 가방과 도끼를 챙기고 창고 안을 다시 한 번 눈으로 훑었다.) 응, 나는 다 챙겼어, 자기도 두고가는 거 없지?
라가:있으라고 간절히 빌어보지 뭐. 정말 있으면 좋겠다. (그런 너를 귀엽다는듯 바라보다가 힘을 줘 품에 넣고 꼬옥 안았다 떨어진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가방까지 꼼꼼히 잘 메고나면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럼 다시 움직일까.
마트 밖으로 나오니 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좀비와 싸우느라 시간을 꽤나 지체한 모양이에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라가가 말을 꺼냅니다.
라가: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낮에도 이동하는건 어떨까? 좀비야 많긴 하겠지만.. (금방 좀비들이 튀어나왔던 마트 안쪽을 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린다.) 조금 조심해서, 빨리 안전지대로 가는게 좋겠어.
[ 관찰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72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렇게 말하는 라가의 표정은 어딘가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하고 ….조급해 보입니다.
렌:...그럴까? 무기도 있으니까 조심해서 가보자. (네 표정을 보면 그 누구도 거절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조금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네 말에 수긍했다.) 하지만 자기 어제도 별로 안 잤으니까.. 가다가 피곤하면 주저하지 말고 말 해.
라가:그럼. 꼭 말할게. 내가 자기한테 뭐 숨기는거 봤어? ....아까 숨긴건 나중에 보여주기로 약속한거니까, 그건 예외야. (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장난스럽게 덧붙여가며 길을 나서기 전 다시 손을 꼬옥 붙잡는다. )
당신은 라가와 짐을 챙겨 동이 터오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숨을 죽여 이동하며,드디어 마을을 벗어나 고속도로가 나왔습니다.
….
해가 이렇게 떠있을 때 이동한 건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머리위로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습니다.
이동하는 와중에 당신이 라가에게 무언가 말을 걸어도, 대화가 오래 이어지지 못합니다.
마치 라가는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이 보여요.
결국 두 사람 사이엔 어색한 침묵만이 맴돕니다.
정오가 가까워지는 듯 길게 늘어졌던 그림자가 점점 짧아집니다.
……얼마나 길을 걸었을까요,
비로소 라가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라가:자기야, 힘들면 저기서 잠깐 쉬어갈까. (마트에서 나설 떄보다 길을 걸어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손을 뻗어 저 멀리 도로 위에 보이는 주유소를 가르켜본다.)
렌:(저로서는 지난 밤 푹 자기도 했고... 아직은 괜찮았지만 혹여나 네가 힘든걸까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자. 주유소면 물이 있을 수도 있고...
라가:조금, 쉴 때가 된 것같아. 날도 덥고, 해도 바로 머리 위에 있으니까.. (조금은 멍한듯 대답을 하다가 금방 너를 보며 미소지어보인다.)
[ 주유소 ]
이 곳은 관리인 한두 명을 둔 작은 무인주유소 였나 봅니다.
근근이 널브러진 시체들은 보이지만 좀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이라도 쉬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당신과 라가는 주유소를 둘러보았습니다.
무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 주유기 ] 몇 대,
그 옆에는 [ 자판기 ] 와 주유소에 딸린 작은 [ 사무실 ] 이 보입니다.
렌:날이 많이 덥긴 하네... (주유소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자판기부터 살펴본다. 혹시나 남은 음료가 있을지 모르니.) 자기 정말 괜찮은거지? (길을 걷던 내내 어쩐지 생각도 많아 보였기에 자판기를 살피는 내내 시선이 흘끔흘끔 네게 흐르며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라가:그럼, 나 정말 괜찮아. 그냥.. 그냥 좀 더운가봐. 오랜만에 낮에 움직였잖아. (저를 걱정해주는 너의 손을 꾹꾹 잡아가며 괜찮다는걸 보여주려 손을 살살 흔들어보인다.)
[ 자판기 ]
이미 생존자들이 자판기를 뜯어서 내용물을 다 가져갔는지,깨지고 망가진 자판기는 텅 비어있습니다.
[ 관찰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85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혹시 남은 것이 없나 하고 자판기를 뒤져보았지만 나오는 건 부품 잔해들과 쓰레기뿐이었습니다.
렌:그럼 자기 사무실 먼저 들어가 있을래? 나는 주유기만 살피고 갈게. (주유기에 뭐가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살펴볼 참이었다.) 아니면 저기 그늘에라도 들어가 있어도 되니까... (어차피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 같았으니 널 한시라도 빨리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등을 슬쩍 두드려가며 네 의중을 떠본다.)
라가:으응, 아냐. 같이 있을래. 혼자 들어가서 쉬어도 편히 쉴 수 있을 것같지도 않고... (너 얿이는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듯 손을 잡고있던 손이 너의 팔을 껴안으며 붙어온다.)
[ 주유기 ]
평범한 주유기입니다.
당신이 기름을 챙겨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턱!!
하고,피투성이인 손 하나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당신이 시체인 줄만 알았던 그는,이미 감염된 지 몇 시간이 지난 듯,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하반신이 뜯어먹혀 두 다리가 보이지 않고, 찢어진 배 아래로 근육과 장기가 드러나 보입니다.
처참한 몰골의 그 생존자, 아니, 감염자일까요.
당신의 발목을 붙잡는 손가락들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한쪽 눈은 파먹혔는지 보이지 않고, 간신히 뜬 나머지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애원합니다.
“목이 너무 말라요, 물, 물 한 모금만, 제발….”
그가 당신의 다리를 향해 나머지 한쪽 손도 뻗으려던 찰나,
콰직, 하고… 라가의 신발굽이 당신에게 뻗어진 손을 무참히 짓밟습니다.
당신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라가는 그를 향해, 쇠파이프를 내리칩니다.
퍽,
퍼억,
퍽,
외마디 비명도 곧 그치고, 라가의 중얼거림과 고깃덩이나 다름없는 시체를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만이 주변을 메웁니다.
죽으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쇠파이프를 내리치는 라가의 눈은 섬뜩하게 핏발이 서있습니다.
이젠 사람의 형체를 분간할 수 없게 뭉개진 육신에서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튑니다.
이미 죽었을 게 분명하건만 몇 번이고 쇠파이프를 내리치는 것을 반복하던 라가는, 이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을 돌아봅니다.
라가:(거칠어진 숨을 천천히 내쉬다가 앞머리를 손으로 털어내며 너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괜찮아?
당신을 바라보는 그 표정은 살기를 띄었던 아까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두 눈만은 붉게 충혈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은, 당신이 기억하던 라가의 모습과는 어딘가 섬뜩하고 이질적입니다.
[ 이성 판정 ]
렌:
SAN Roll
기준치:80/40/16
굴림:3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이 라가에게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 찰나,
끼익, 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쥬드:…. 와, 장난 아닌데?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반쯤 열린 사무실의 안쪽에서 한 30대 남성이 서 있습니다.
쥬드:저기, 우선 들어와서 이야기할래요? 밖은 또 언제 좀비들이 올지 모르니까.
렌:...자기 괜찮아? (어차피 죽여야 할 사람이었지만 네가 먼저 나설거라고는 예상 못 했기에 조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널 바라본다. 그러고는 사무실을 힐끔 보고는 소매로 네 뺨이며 곳곳에 튄 핏자국을 닦아주고 안으로 데려갔다.) 인단 들어가자.
라가:(핏자국을 닦아주는 손길을 얌전히 받다가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방금까지 내려치던 사람인지 아닌지 모를것을 힐끔 보다가 너의 손을 꼬옥 잡고 사무실 안으로 향한다.)
당신과 라가는 남자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습니다.
작은 사무실이라 세 사람이 들어가니 방이 꽉 찹니다.
당신과 라가가 짐을 풀고 자리에 앉자 남자는 자신을 소개합니다.
쥬드:이게 얼마 만에 만나는 생존자인지 모르겠네. 쥬드라고 합니다.
렌:...굳이 소개는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어디로 가는 길이지? (아무리 같은 생존자라도 적대적인 태도는 감출 수 없었다. 네 말마따나 사람이 가장 무서운거니까.)
쥬드:(소개하지 않는 태도에 어깨를 으쓱인다.) 안전지대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혼자는 아니고, 일행이 있었는데 전부 감염자가 되거나 죽어서 저 혼자만 남았거든요. 그래서 생존자를 만나는 건 3개월 만입니다. (사무실 밖 쨍한 해를 본다.) 길 가다 여기를 찾아서 쉬어가려던 참인데, 당신들은 왜 해가 떴을 때 움찍이고 있어요?
렌:한시라도 빨리 가려도. (굳이 목적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여전히 미심쩍은 눈으로 낯선 남성을 바라보며 말을 짧게 끊었다.) 당신은 어디 물린 곳 없나?
쥬드:저야 멀쩡하죠. 그러니까 이렇게 살아남은거 아니겠어요. (물리지 않은걸 보여주려 팔뚝같은곳을 내민다.) 둘이서만 움직여요? 위험할텐데.
렌:사람 많아봐야 변수만 많아져. (남성의 몸을 눈으로 천천히 훑었다. 아무리 물리지 않았더래도 낯선이와 함께하는건 썩 달갑지 않았다.) 언제까지 쉴 생각이지? 참고로 우린 당신과 동행할 생각 없어.
쥬드:아직 같이 가자고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벌써 거절당했네요. (잠시 조용하다가 금방 손인사를 한다.) 절 딱히 반가워 하시지 않으시니까, 인사를 하죠. 무탈하길 빌겠습니다.
렌:(끝까지 적대적이지 않은 태도에 스스로가 조금 너무했나 싶었지만... 이런 상황에는 누구나 그랬을거라고 합리화를 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나가라는 듯 문까지 열어 턱짓하며 남성을 내보내기에 급급했다.) 당신도. 잘 도착하길 바라지.
열린 문으로 쥬드가 끝까지 인사를 하며 나가면, 당신과 라가도 일어나 다시 주유소 밖으로 나갑니다.
조금 이상했던 라가의 상태에, 괜히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피가 튀긴 주유소에 있을 수는 없으니, 조금 걸으니 나오는 큰 나무 아래 그늘에 자리를 잡습니다.
다행히 좀비는 보이지 않는군요.
라가:주유소라서 괜찮을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방금 튀었던 피가 스며들은 옷자락을 괜히 문대보지만 지워지지 않는 얼룩에 인상을 찌푸린다.)
렌:그래도 자기 덕분에 안 다쳤으니까. (어떻게 갈아입은 깨끗한 옷인데. 괜히 덩달아 인상을 찌푸렸다가 네 좁아진 미간 사이로 입술을 꾹 눌렀다.) 그래도 그늘 아래 있으니까 그렇게 막 덥지는 않다. 그치?
라가:응, 아까보다 훨씬 낫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쨍한 햇빛을 보다가 조금 더 그늘 안쪽으로 너를 이끌어 햇빛을 피해 선다.) 갈아입은지 얼마 안됐는데 금방 버렸어. (작게 투덜거리며 얼룩을 지우는건 포기한듯 늘렸던 옷자락을 툭툭 정리한다.)
렌:(나무 그루터기로 거의 붙어서 들어오면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여분으로 하나 더 챙겨올걸 그랬다. (네 옷에 묻은 핏자국을 손으로 한번 문질러보고 제대로 통할지 모를 위로를 건네본다.)
라가: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옷에서는 시선을 거두고 너를 꼬옥 안아 어깨에 고개를 묻고 마구 부빈 뒤 떨어진다. 응석을 부리고 나면 손을 잡는다.) 자기가 다치지 않으면 된거니까. 조금 쉬면, 다시 이동하자.
렌:(맞잡은 손을 끌어 네 손등에 입술을 꾹 누르고 미소지었다.) 응, 그래도 해가 완전 쨍쨍할 시간은 지났을테니까... 이동하기 조금 더 수월할지도 몰라.
확실히 아까보다는 약해진 햇빛을 보며 두 사람은 다시 가던 길을 나섭니다.
...
하지만 햇빛을 받은 도로는 얼마나 뜨거운지, 발 아래에서 열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풀썩.
당신의 옆에서 걷던 라가가 도로 위로 쓰러집니다.
렌:...자기야? (옆에서 걷던 네가 쓰러지면 화들짝 놀라 한달음에 네게 달려가 그 옆으로 무릎을 꿇어 앉았다. 뺨을 가볍게 두드리고 숨소리를 확인하며 네 상태를 확인했다.)
쓰러진 라가의 숨소리는 아까보다 조금 가쁩니다.
열이 올라 붉어진 얼굴을 하고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 라가의 옆에 앉아 상태를 살피고 있으면,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쥬드:일행이 쓰러졌나요?
렌:....당신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돌리면 익숙한 남자가 보였다. 과연 저 사람을 믿어도 되는걸까. 하지만 지금으로선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널 부축하다 저 역시 같은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잠시 망설이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도와줘
쥬드:(도움 요청에 고개를 끄덕여 쓰러진 라가의 옆으로 앉는다. 팔을 들어 부축해 끌어올리며 반대편을 눈짓한다.)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요. 거기로 가죠. 두 사람이면 금방 갈겁니다.
렌:(고개를 끄덕이고 남자의 반대편 팔을 들어 부축했다. 애초에 조금 더 쉬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내가 널 더 챙겼어야 했는데, 끝없는 자책이 밀려왔다.)
6월 11일 5:03 am
[ 초등학교 ]
불에 타 거꾸로 뒤집힌 스쿨버스와 낡고 망가진 놀이터를 지나 직사각형 모양의 학교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면 어둑한 교실 안을 느릿하게 배회하는 검은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 관찰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1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아, 그중 한 교실은 좀비가 없네요.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당신과 쥬드는 창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와 교실의 책상들을 한데 밀어 공간을 만들고, 라가를 눕혔습니다.
쥬드:일단 해가 뜨니까 우리도 좀 쉬죠. 당신도 좀 쉬어요.
렌:고마워. (누워있는 네게서 시선을 떨어트리지 않고 고마움을 표했다. 흐트러진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쓸어넘기고 가슴팍 위로 귀를 대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듣고서야 조금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당신도 쉬어, 나는 어차피 지금은 잠이 안 올 것 같으니까...
당신은 라가의 곁에서 라가를 지켜봅니다.
라가의 몸은 뜨겁고, 표정을 찡그린 채 간간히 내뱉는 호흡은 불규칙합니다.
그런 라가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속 깊숙한 곳부터 스멀스멀 불안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갑자기 라가는 왜 아픈 걸까요.
과연 당신과 라가는 무사히 캘버리로 갈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걱정을 껴안고 당신은 얕은 잠을 청합니다.
6월 11일 2: 48 pm
“렌… 자기야….”
당신은 당신을 부르는 라가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당신의 옷자락을 잡고 신음하는 라가가 보입니다.
라가의 몸 상태는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안 좋아진 모양입니다.
라가:살려줘, 너무, 너무 아파.... (힘이 들어가지 않은 손으로 옷자락을 잡아 당긴다. 가쁜 숨을 내쉬면서 몸을 뒤척이다 네게로 붙어 끙 앓는다.)
렌:자기야, 자기야? (네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뜨면 당겨진 옷자락 끝으로 네 손이 보인다. 붙은 몸을 꼭 끌어안고 있다가 어쩔 줄 몰라하며 그저 다급한 손길로 등을 토닥였다.) 어디가, 어디가 어떻게 아파, 응?
라가의 몸은 불덩이 같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어요.
어디가 아픈지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라가의 신음 소리를 듣고 쥬드 역시 깨어나 라가를 살펴보고 말합니다.
쥬드: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거 심각한데요...
[ 지능 판정 ]
렌: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46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러고 보니 이 곳은 초등학교였죠.
양호실을 찾아가면 약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렌:...해열제, 해열제를 찾아야겠어. (열이 펄펄 끓으면 아프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학교이니 양호실이면 해열제가 구비 되어 있을게 분명했다.) 당신은 여기서 라가좀 봐줘, 내가 금방 다녀올테니까...
쥬드:음, 그건 안되겠는데요. 일단은 제 일행이 아니니까. 밖에는 좀비들도 많고요. (고민하며 턱을 매만지다가 아하. 소리를 낸다.) 저도 약은 찾아봐드리겠습니다. 그 김에 저한테 도움되는 물건도 좀 찾아보고요.
렌:그럼 아파서 정신도 못 차리는 애를 여기 두고 가자고?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 남자를 바라본다. 여기까지 데리고 오는 것도 도와줬는데 저들의 사정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럼 빨리 다녀와야겠군. (방해가 되면 고민도 없이 죽여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식은땀이 가득한 네 이마 위로 짧은 입맞춤을 남겼다.) 자기야, 나 금방 다녀올테니까 조금만 참아.
정신이 몽롱한 라가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가쁜 숨을 내쉽니다.
복도로 나오자 저 멀리서 [2d6+1] 마리의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듭니다.
복도로 나오자 저 멀리서 8 마리의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듭니다.
[ 힘 판정 ]
렌:
근력
기준치:80/40/16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당신은 몰려드는 좀비를 해치웁니다.
좁은 복도 안은 짙은 혈향으로 가득합니다.
땀방울과 좀비에게서 튄 피가 한데 섞여 이마를 타고 흘러내립니다.
이 학교에 얼마나 많은 좀비들이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또 다른 좀비들이 당신들을 향해 달려오기 전에 빠르게 양호실 위치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복도에 비치고, 일렬로 늘어진 교실을 지나면 [ 캐비넛 ] 과 [ 사물함 ], [ 학교약도 ]가 보입니다.
렌:(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피를 팔뚝으로 대충 닦아내고 사물함부터 열어 그 안을 확인해본다. 여기에라도 약이 있다면 굳이 양호실까지 가지 않아도 될테니.)
[ 사물함 ]
이 초등학교에 다녔을 어린이들이 썼던 사물함입니다.
몇 개를 열어보자 교과서, 리코더, 크레파스, 빈 우유갑,먼지… 이 상황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들어있지 않네요.
렌:(별 수확이 없지만 어느정도 예상은 했으니.. 짧게 한숨을 내쉬고 그 옆의 캐비넛을 열어 안을 확인한다.)
[ 캐비넛 ]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철제 캐비넛입니다.
캐비넛을 열어보니 청소도구함으로 사용했는지 빗자루나 걸레들이 들어 있네요.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던 것들이라 작고 가벼워서 무기로도 사용 못 할 것 같습니다.
렌:하... (이번에는 짙은 한숨이 참을 수 없이 새어나왔다. 결국 몸을 돌려 학교의 약도에서 양호실을 찾아 바쁘게 눈을 굴렸다.)
당신은 약도에서 양호실의 위치를 찾습니다.
1층 별관의 끝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렌:(양호실의 위치를 확인하면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벗어나 양호실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혼자 두고 온것도 마음에 걸리고, 많이 아파하고 있었으니..)
양호실로 가는길, 복도의 끝에서 7 마리의 좀비가 렌과 쥬드에게 달려듭니다.
[ 민첩 판정 ]
렌:
민첩
기준치:70/35/14
굴림:95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좀비를 열심히 해치웠으나, 팔을 휘두르다가 근처 창틀에서 튀어나온 나뭇조각에 팔을 긁힙니다.
[ 체력 1 감소 ]
[ 양호실 ]
당신과 쥬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양호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정돈되지 않은,크지 않은 양호실엔 [ 환자용 침대 ] 와 [ 큰 서랍 ], [ 상자 ], [ 싱크대 ] 가 보입니다.
렌:(약은 보통... 서랍에 넣어두겠지. 서랍을 열어 그 안을 뒤져보는 손길이 바삐 움직였다.)
[ 서랍 ]
당신은 책상 옆의 서랍을 열었습니다.
이미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있지만 남은 약들이 있네요.
서랍 안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소염진통제’ ‘해열제’ ‘소화제’ ‘제산제’ 등… 가지각색의 약 상자들이 들어있습니다.
렌:(약의 라벨들을 대충 훑어봤지만, 지금 고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손에 잡히는 약들을 모조리 주머니에 쑤셔넣고 그 옆에 놓인 상자를 열어본다.)
[ 상자 ]
책상 밑의 큼직한 상자를 열자 붕대와 소독솜, 소독약 등이 들어있습니다.
전부 챙겨가긴 어렵겠지만 언젠간 쓸모가 있을 것 같아요.
렌:(붕대와 소독약만을 챙겨 주머니에 넣고 이번에는 싱크대로 향했다. 어쩌면 물이 나올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수도꼭지를 돌려본다.)
[ 싱크대 ]
양호실은 위생이 중요한 곳이니 손을 씻기 위한 싱크대도 마련되어 있네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잡이를 돌려보니 물이 나옵니다.
렌:...! (흘러나오는 물에 속으로 환호를 하고, 피투성이가 된 손과 얼굴을 대충 씻어냈다. 그리고 한숨과 함께 고개를 돌리면 침대가 보여, 그 쪽으로 천천히 다가섰다. 베개나 이불을 챙겨가면 좋을텐데.. 아니면 라가를 이쪽으로 데려와 눕혀도 좋을 것 같았다.)
[ 환자용 침대 ]
좀비 사태 이후 환자들을 뉘였는지 꽤나 오래되고 정돈되지 못합니다.
라가를 여기에다 눕힐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이불이라도 가져가서 깔아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관찰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71
판정결과:보통 성공
침대들을 살펴보던 당신은 침대 아래의 서랍에서 안 쓴 수건들을 발견합니다.
이거라면 라가에게 물수건이라도 얹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렌:(수건을 물에 적시고, 이불과 베개를 한 품에 가득 안았다. 오는 길에 모두 처치했으니 더 이상 좀비는 없겠지. 작은 희망을 품고 양호실을 나서 라가가 있을 교실로 향한다.)
약에 물까지,정말 큰 수확이네요.
들어갈 때와 다르게 양호실에서 나갈 땐 짐이 양손 가득 입니다.
이때…
[ 행운 판정 ]
렌:
기준치:65/32/13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탁,
하고 당신의 주머니에서 약 상자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다행히도 소리가 작아서 좀비가 이쪽을 돌아보지 않네요.
다행입니다.
좀비가 당신들을 발견하기 전에 빠르게 이동해야겠어요.
당신과 쥬드는 가까스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라가를 품에 안고 일으켜 챙겨온 약을 먹이고, 적셔온 물수건을 이용해 물수건을 만들어 라가의 이마에 올려주었습니다.
쥬드:.... 이런 사람을 데리고 이동하긴 힘들 것 같은데… 일단 이 친구가 좀 괜찮아질 때 까지 기다려야겠네요.
그는 당신이 라가를 정성스레 간호하는 것을 바라보다 나지막이 말합니다.
쥬드:당신은 이 사람을 어디까지 믿습니까?
렌:당신 발목 잡을 생각 없어. 지금까지 도와준걸로도 충분하니 떠나고 싶다면 언제든 가도록 해. (단호하게 말을 남기고 뒤이어진 질문에는 인상이 구겨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내 자신보다도 더. 그런건 왜 묻는거지?
쥬드는 머리를 몇 번 긁적이고 말합니다.
쥬드:당신들이 둘도 없는 소중한 관계라는 걸 아주 잘 알겠지만..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이런 때일수록 끝까지 믿을 건 나 하나뿐입니다. 내가 왜 혼자가 되었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누운 후 눈을 감습니다.
뜬금없이 그는 무슨 소리를 한 걸까요.
이런 상황일수록 라가와 서로를 의지하여 역경을 헤쳐나가죠.
…그런데,
그런데… 쥬드의 말을 들어서일지,
아니면 요 며칠 계속해서 느꼈던 불안감인지,
계속해서,마음 한구석이 먹먹한 느낌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라가의 상태를 살펴보니 아까에 비해 열이 내리고 한결 편해진 얼굴입니다.
라가가 어느 정도 괜찮아진 것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옵니다.
당신은 밤새 걸은 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좀비와 싸워야 했습니다.
피곤한 게 당연하죠.
당신은 아까처럼 라가의 옆에 누워 그의 옆모습을 바라봅니다.
지금 잠이 든 라가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라가를 바라보다 당신 역시 잠이 듭니다.
...
6월 12일 5:33 am
당신은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목소리는 쥬드와 라가의 목소리 같네요.
희미하게 눈을 떠보니 교실엔 두 사람이 없는 게 복도로 나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듣기 판정 ]
렌: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3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쥬드:… 그렇지 않으면 말해버릴 거야, 네가….
뭘 말한다는 걸까요?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게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당신이 둘을 말리러 나가봐야할까 하고 생각 한 순간.
탕!!
타앙!!! 탕!
하고, 귓가를 찢는 총성이 울려 퍼집니다.
당신이 황급히 교실 문을 열고 나가자 보이는 것은 새벽 어스름이 깔린 복도에 총을 든 라가와,
... 총에 맞아 눈도 채 감지 못한 채 즉사한 쥬드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 라가의 눈동자가 당신을 향합니다.
라가:(너를 보고 손에 쥐었던 총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너에게로 시선이 향한다.) ...내가 설명해줄게. 어떻게 된거냐면...
아, 그런데,
설명을 할 시간이 있을까요.
어둑한 복도 너머로 총성을 들은 좀비들의 무리가 복도 양쪽에서 당신과 라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옵니다.
한 마리, 두 마리… 눈으로 어림잡아도 스무 마리는 넘어 보여요.
교실 안으로 들어가려 고개를 돌렸지만 운동장 쪽에서도 좀비들이 학교 건물로 달려오는 게 보입니다.
도망가긴 이미 늦었어요.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기할까요?
그런데 돌연 라가가 당신의 손을 잡아끌고 캐비넛으로 달려가, 당신을 캐비넛 안에 밀어 넣고 문을 잠급니다.
당신은 뭐라 저항할 새도 없이 라가에 의해 캐비넛에 갇혔습니다.
문을 열려고 해보았지만 문손잡이에 빗자루를 끼웠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습니다.
렌:..자기야, 자기야!!!! (반항할 틈도 없이 갇히면 당황스러움에 문을 쾅쾅 두드리며 애타게 널 불러본다.) 이거 열어봐, 빨리 응? 제발...
캐비넛에 가로로 작게 난 틈을 통해 웃는 라가의 얼굴이 보입니다.
라가:자기야, 나 믿지. (손에 들고있는 무언가를 작은 틈새로 비춰보인다.)
그렇게 말한 라가가 꺼내드는 것은,
어제의 그 곰인형.
당신이 뭐라 말을 할 찰나도 없이 어느새 복도를 가득 메운 좀비들 사이에 라가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좀비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들 사이에 노랫소리가 복도에 이질적으로 울려 퍼집니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복도에서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새벽의 캐비넛 안은 춥고 어둡습니다.
마트에서 인형을 챙길 때부터 라가는 좀비들을 소리로 유인할 작정이었나 봅니다.
라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고,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캐비넛의 문이 열리며,
당신 앞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라가가 서있습니다.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당신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는 라가를 바라보자, 당신의 머리에 이스트베일의 그 서재에서 보았던 문장이 스쳐지나갑니다.
[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아,
이제 갑자기 이상하게 굴던 라가의 그 모든 행동이 이해되었습니다.
당신의 눈앞에 있는 라가는,
감염자입니다.
[ 이성 판정 ]
렌:....자기야.
SAN Roll
기준치:80/40/16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 이성 1 감소 ]
도대체 언제부터일까요?
라가는, 이제 곧 좀비로 변해버리는 것일까요?
라가:(새어나오는 기침을 막지 못하고 토하니 입술 사이로 피가 함께 후두둑 떨어진다. 옷 소매로 입가를 닦고 작게 한숨을 내쉰다.) 최대한 마지막까지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 (피로 푹 젖어버린 소매를 옆으로 털어본다. 그런다고 이미 젖은 소매가 멀쩡해지진 않을걸 알지만 괜히 딴청을 부리다가 그제서야 시선을 마주친다.) 나 죽일거야?
렌:(멍하니 널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가 품 안으로 가득 끌어 안았다. 그 어느때보다도 힘껏.) ..언제, 언제부터? 왜 미리 말 안 했어? (네 어깨로 고개를 묻고 말하는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려왔다.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내가 널 어떻게 죽여. 어떻게...
라가:(네가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은 당연히 알았지만, 그래도 네 목소리로 확인하고 나를 이렇게 안아주니 쓸데없는 불안도 가라앉는다. 품을 파고들며 어깨에 고개를 묻어, 응석을 부린다.) ... 자기는 그럴줄 알긴 했어. (잠시 조용히 숨을 고르다가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면 네게 천천히 입맞춘다. 입술에 묻어난 피를 손으로 쓸어 닦아주며 말을 덧붙인다.) 내가 꼭, 자기는 안전지대에 데려다줄게.
렌:같이 가야지... 왜 그런 말을 해. (눈으로 확인하고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닿았다 떨어지는 온기가 야속했지만 무슨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그저 네 옷자락을 꽉 부여잡고 애원하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 그런건데, 응? 주유소에서? 아니면 그 전에.. 마트에 들렀을땐가? (저들이 지나온 시간을 하나씩 되짚어봤지만 역시 알 수 없었다. 대체 언제 그랬을까. 보통 24시간이 걸린다 했으니 그 안에 일어난 일일텐데. 아, 역시 널 두고 양호실로 갔을때일까.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져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라가:'안전지대' 잖아. 거긴 감염되지 않은 인간만 들어갈 수 있고... (저를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젠 말해주지 않아도 눈에 훤히 다 보이는 것만 같다. 아마 걱정을 하고, 지난 시간을 되짚어가며 언제인지 생각하고 있겠지. 작게 웃으며 그런 너를 힘을 줘 꽉 안더니 금방 떨어져 죽은 쥬드의 가방을 뒤적거린다.) ...가면서 이야기 해줄게. 내가 이러면, 더 시간이 늦어지면 안돼. (가방에서 식량과 약같은걸 챙겨 자신의 가방으로 쑤셔넣는다. 그리고는 금방 네 손을 잡아 너를 이끈다.) 가자, 얼른.
6월 12일 6:21 am
학교를 빠져나오자 동이 트고 주위가 환해지고, 쭉 이어지던 아스팔트 도로 대신 초원에 난 흙길이 보입니다.
원래 도로였을 길 위에 자동차로 지나간 듯 풀들이 눌린 흔적이 있습니다.
정말로 캘버리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길을 걸으며 한참을 말이 없던 라가는 마침내 입을 엽니다.
라가:내가 잠깐 깼더니, 그 사람이 내 가방을 뒤지고 있더라고. (잡은 손을 만지작 거리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발은 쉬지 않고 너를 이끌며 앞으로 걸어나간다.) 내가 감염자인걸 알아버려서, 짐을 훔쳐서 도망가려고 하길래... 그래서 쐈거든. 어쩔 수 없었어. 그래도 너는 잘했다고 말할거지?
렌:(얼굴 본지 며칠도 안 된 남자를, 그것도 무언가 훔쳐가려던 이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잡은 손을 꼼지락 거리며 널 따라 부지런히 걷는 와중에도 표정은 일그러진채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야 몇 명이 죽어도 난 신경 안 써. 알잖아, 나한테는 자기가 제일 소중한거.
라가:당연하지. 나는 다 알고 있어. (부지런히 걸어가다 일그러진 너의 얼굴을 보면 잠시 멈춰 네 뺨에 입맞춘다. 피를 흘리고 아파한건 나인데 이럴 때 나보다 더 아픈듯한 표정을 짓는 네가 참 귀엽다고 생각한다.) 나한테도. 나한테도 자기가 제일 소중해. 알지?
렌:알아, 아는데.... (몇 년을 함께했지만 이럴 땐 네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알려주지 않은것도 모두 네가 나를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아끼기 때문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 역시 너이기 때문에 서운함이 뒤따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라가:(감염된걸 금방 말하지 않아서일까, 속상해 하는 듯한 얼굴을 보고 품 안에서 노트를 꺼내 보여준다. 네게 꼭 보여주겠다고 했던 그 노트를 손에 꼭 쥔다.) 이걸 완성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 미안. (손으로 표지를 문지르다가 금방 고개를 들고 다시 시선을 맞춘다.) 곧 완성돼. 조금만 날 믿고 기다려 줄 수 있어?
라가는 당신에게 그저 기다려달라고만 말하면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요.
오늘 일이 아니었다면 당신에게 감염자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겠죠.... 당신은 문득 쥬드가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저 말은 어디까지 진실일까요,
당신은 아직도 라가를 믿을 수 있나요?
렌:(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있던 때에도 네가 붙잡고 있던 노트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올리면 익숙한 푸른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도둑은 널 어디까지 믿을 수 있겠냐 물었지만 그때 했던 답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기에. 네 말이 거짓이라도 상관 없었다. 어쨋든 지금껏 제 옆에 있어주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응, 믿을게.
라가:... 고마워. 꼭 말해줄게. 정말이야. (있는 힘껏 너를 끌어안았다. 품에 안아 조용히, 네 체향을 맡으며 숨을 들이쉬고 내쉬다가 고개를 들어 다시 손을 잡는다. 잡은 손을 단단히 쥐고 깍지를 껴 믿음을 주려는 행동을 해보인다.) 그럼 갈까.
각자 다른 생각과 불안감을 품고, 당신과 라가는 계속해서 걸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정오가 될 때쯤, 저 멀리 언덕 위로 십자가가 보여요.
언덕을 오르니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교회가 나옵니다.
아까 본 십자가는 교회 지붕에 달린 것이었나 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좀비들을 막기 위해 창문에 나무판자를 덧댄 흔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꽤나 오래 전의 것인지 먼지가 끼어 있어요.
라가는 지도를 들여다보다 당신에게 말합니다.
라가:조금 있으면 캘버리가 나와. 여기서 잠깐 쉬고, 해가 지면 이동하자. (문을 손으로 툭툭 두드려가며 이곳저곳 확인을 해본다.)
렌:(널 따라 문을 두드리고 이곳저곳을 살펴보다 교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살아오면서 신은 단 한 번도 믿어본 적도 없었고, 오히려 믿는 이들을 바보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에선 역시 저도 어쩔 수 없는지 십자가를 보며 네 안녕을 바라게 됐다.) ...이제 열은 안 나? 더 아픈 곳은? (네게 물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 십자가 앞으로 놓인 단상을 훑어본다.)
라가:아까 약을 먹어서 그런가... 괜찮은 것같아. (교회 안을 둘러보다가 예배당 맨 앞에 가방을 놓고 품에서 노트를 꺼낸다. ) 이것만 완성할게. 혼자서도 둘러봐 줄 수 있지?
[ 단상 ]
나무로 된 단상은 가슴께까지 오는 높이입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단상 위에는 성경이 놓여있습니다.
렌:응, 그럴게. 뭔가 필요하거나 하면 말해. (고개를 끄덕이며 네 가방 옆으로 제 것을 내려놓고 성경을 펼쳐본다.)
먼지를 걷어내고 성경을 들어 올리자 사이에 펜이 끼워져있습니다.
펜을 따라 성경을 펼치자,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렸을 때 사용했을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습니다.
당신은 이 문장으로 이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드린 예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멸망이 도래했으니 구원을 바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렌:구원.. (성경 속의 구절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읽다가 단어를 조용히 읊조려본다. 나의 구원은... 그리고 옮겨간 시선은 자리에 앉아 노트를 완성하는 널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보고있다간 눈물이 날 것만 같아 급히 몸을 돌려 십자가를 바라본다. 여기서 눈물을 흘려봤자 네게 근심을 얹어주는 꼴밖에 되지 않을테니.)
[ 십자가 ]
예배당 중앙에 걸린 십자가입니다.
높고 까마득해요.
십자가에 손을 대어보니 어라,
뭔가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렌:(손 끝에 걸리는것을 손에 쥐어 꺼내본다.)
십자가의 뒷면에 손을 넣어보니 차갑고 울퉁불퉁한 감촉들이 느껴지는 게… 열쇠 묶음입니다.
교회의 열쇠들을 여기에 두었나 보네요.
렌:(열쇠, 뭔가 잠궈둔게 있으려나 주변을 가볍게 둘러보다 눈에 들어온 피아노로 먼저 향해본다. 아마 잠겨있는 곳은 계단으로 통하는 어딘가겠지.)
[ 피아노 ]
뚜껑이 닫힌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습니다.
피아노 위엔 사람들이 사용했을 찬미가와 달력이 놓여있습니다.
날짜마다 엑스표가 쳐진 달력은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의 것입니다.
달력을 넘기자 달마다 교회의 중요 행사들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터진 이후부턴 각 날짜칸마다는 엑스 표시가 쳐져 있는 게, 마치 이 교회 안에서 생존한 일수를 센 것 같습니다.
엑스 표시가 끊긴 날짜는 xx월 xx일,
좀비사태가 일어나고 대략 한 달 후입니다.
이 칸은 엑스 표시 대신 동그라미가 쳐져 있네요.
렌:(동그라미라... 어쩐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안 좋은 생각을 떨쳐내려 고개를 저어본다. 그리고 달력을 미련 없이 내려두고 한 손에 열쇠를 쥔 채 계단을 향했다.)
[ 계단 ]
좁은 나선계단입니다.
위층의 다락방으로 향하나 봅니다.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는 [ 기도실 ] 이라는 팻말이 있습니다.
렌:(위쪽을 올려다보다가 기도실이라 적힌 문을 잡아 열어본다.)
문이 안에서 잠긴 건지, 잘 열리지 않습니다.
열쇠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렌:(십자가에서 꺼내온 열쇠로 문을 열고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숨을 크게 내쉬고 그 안으로 들어선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엄청난 악취가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악취가 슬프게도 익숙합니다.
지독하게도 맡아온, 시체가 썩는 냄새입니다.
[ 이성 판정 ]
렌:
SAN Roll
기준치:79/39/15
굴림:77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소매로 입을 틀어막은 후 어둑한 기도실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좁은 기도실 안을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아니,
이제는 썩어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시체들의 정 중앙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피워낸 향로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교회에서 삶을 이어가다,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이곳에서 단체로 생을 마감했나 봅니다.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구원을 바라면서 말이에요.
그들의 마지막 기도대로, 그들의 영혼은 구원받았을까요?
당신은 라가에게 돌아왔습니다.
몸을 웅크리고 미친 듯이 노트에 무언갈 적어 내려가는, 이젠 익숙한 그 뒷모습이에요.
한참을 제 일 에 열중하던 라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라가의 환한 미소입니다.
라가:자기야, 렌. 완성했어. 드디어 완성했어. (너를 확 끌어안아 기쁜듯 품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렌:잘 끝났어? (이렇게 환하게 웃어주는 모습이 얼마만인지. 그간 쌓였던 근심도 모두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한결 온화한 목소리로 대꾸하며 꼭 마주 안았다. 이제는 모든걸 얘기해주려나,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굳이 먼저 묻지는 않았다. 때가 되면 늘 그랬듯 날 아끼는 네가 알아서 해줄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라가:(환한 얼굴로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네 손을 꼭 잡고 단상 끝에 걸터 앉아 우리 사이에 노트를 두고 조금은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 폐허가 된 연구실 지나갈 때 기억나? 거기서 글을 읽었는데, 그 날 꿈에 잘생긴 남자가 나왔단 말이야. (말하다가 잠깐 멈칫하고 몸을 쭉 내밀어 네 입에 가볍게 입맞추고 떨어진다.) 물론 네가 더 예뻐. 그래서, 그 남자가 치료제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대신에 내가 감염이 되어야 한다길래... 처음엔 싫다고 했는데, 그냥 알았다고 했어.
원래는 24시간이면 좀비로 변하는데, 치료제 만드는 법을 완성하기 위해서 100시간으로 늘려줬거든. (잡고있던 손을 잠시 놓고 잘 덮인 노트의 표지를 손으로 툭툭 건드린다.) 계속 쓰던게 이거야. 그사람이 불러주는 공식. 그거 받아 적던거야. 완성되기 전까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금은 풀이죽은듯한 눈으로 너를 바라본다.) 말해주지 않아서 미안. 그래도 네가 살 세상이니까, 치료제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했어.
렌:(저들 사이에 놓인 노트에 못이 박힌듯 시선이 움직이지 않았다. 왜일까, 지금 너를 볼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나지막한 목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네 마지막 말에는 설움이 북받치는 듯 입매가 잔뜩 일그러졌다. 그리고 한참을 달싹이던 입술은 겨우 움직여 단 한마디를 꺼냈고, 그 목소리마저도 떨리고 있었다.) ...그럼 너는? 네가 없는 세상에.. 나 혼자 살아가라고?
라가:(떨리는 목소리에도 표정이 평온하다. 금방이라도 네가 울 것같아 잡은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잡는다. ) 위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평화롭게 평생 살 수 있겠어. 그냥, ... ...미래를 생각해봤어. 내가 말했잖아. 나는 네가 제일 소중하다니까. (노트를 옆으로 치우고 다가가 품에 너를 넣어 꼬옥 안는다.)
렌:(꼭 안아오는 품도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온기에 결국 참고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나도 네가 제일 소중한데, 아무리 세상이 위험해도 너 없이 사는건 나한테 아무 의미 없어... (옆으로 치워진 노트를 바라보는 눈길에 원망이 가득했다. 저것만 아니었으면 이런일이 벌어지지 않지 않았을까. 하지만 저를 위해 이런 결심을 했을 널 생각하면 마냥 이러고 있을수도 없었다.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저 역시 너와 같은 선택을 했을것만 같아서.)
라가:(떨어지는 눈물을 손으로 받아내며 눈가를 닦아준다. 뺨을 천천히 쓸고, 조용히 너를 바라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알지만, 어쩔 수 없어. 너를 사랑해서 그런가봐. 정말 어떡하지. (푹 젖은 속눈썹 위를 입맞추고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떨어진다. 손을 들어 손목에 있던 시계를 확인하면, 너를 안고있던 팔에 힘이 들어간다.) 약속을 하고, 100시간의 카운트를 맞춰 놨어. 이제... 16시간 남았네. (시계에서 금방 시선을 떼고 꼭 잡은 손을 슬며시 놓는다.) 아마 하룻밤만 걸어가면 캘버리가 나올거야. 빨리 가고 싶지만... 내가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아. 해가 지면 출발하자.
라가가 당신에게 힘들다는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인 것 같네요.
힘들 만도 하지요,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로 그 ‘치료제’를 적어 내리느라 라가는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웠으니까요.
말을 마친 라가는 예배당 중앙에 옷가지 몇 개를 펴고 그 위에 쓰러지듯 눕습니다.
바닥에 누운 라가는 당신을 올려다보며 말합니다.
라가:(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옷자락을 약하게 쥐고 누운 채 시선을 마주한다.) 자기야, 잘 자라고 말 해줄래?
렌:(옷자락을 끄는 힘에 네 옆으로 누워 배 위로 손을 얹어 토닥였다. 그리고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어보였다.) ..잘 자, 사랑해 자기야.
당신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라가는 눈을 감고 기절하듯 잠에 빠졌습니다.
예배당 안은 고요하고, 공기 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창틈 사이로 비치는 오후의 나른한 햇빛에 의해 십자가의 그림자가 예배당에 길게 깔리면서, 십자가의 음영은 공교롭게도 잠든 라가를 가로지르네요.
잘 자라는 당신의 인사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침내 노트를 완성해서일까요.
때 묻은 노트를 껴안고 바닥에 웅크려서 곤히 잠든 라가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고,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당신은 그런 라가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인류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렌, 당신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며 십자가를 지고 캘버리로 향하는 라가.
그런 라가의 모습은….. 마치 예수 그리스도가 생각나지 않나요?
당신과 라가가 함께 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은 앞으로 16시간.
내일 당신이 잠이 들 땐 라가가 없이 혼자 잠들어야 하겠죠.
당신은 언제나처럼 잠든 라가의 옆에 누워서 생각합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이 모든 것이 꿈이기를.
6월 12일 7:05 pm
언제 잠이 든 걸까요.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당신을 내려다보는 라가입니다.
라가:잘 잤어? (손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가만히, 눈에 모습을 담으며 내려다본다.) 이제 다 왔어. 출발해야지.
렌:(눈을 떠 너를 바라본다. 너와 마찬가지로 이 모습을 오래오래 눈에 담기 위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키고 벗어놨던 배낭을 챙겨, 네 손을 꼭 잡았다.) ....응, 가자. (마음 같아선 이대로 너를 품에 안고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거야말로 네가 혼자 견뎠을 시간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당신을 바라보는 라가의 눈시울마저도 붉게 보이는 것은 노을 탓이겠죠.
당신과 라가는 끼니를 해결하고,
함께 걷는 마지막 여정을 떠났습니다.
밤이 되고, 별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자동차나 건물의 불빛도,
공장의 매연도 없는 밤하늘은 맑고 선명합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보면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은 매우 아름다워요.
안전지대가 정말로 가까워졌는지, 이따금 지나치는 표지판들은 캘버리 교도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둘은 언제나처럼 한참을 걸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라가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라가:저기 봐. 보여? (손으로 저 먼 곳 어딘가를 가르킨다.)
6월 13일 5:52 am
고개를 들자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선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고,
그 반대편으로는 캘버리 교도소, 당신들의 목적지인 안전지대가 보입니다.
이 긴긴 여정의 끝이 보여요.
작게만 보이던 캘버리는 이제 꽤나 시야에 가까워졌습니다.
라가:한 시간 정도 남았네.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시간에 맞게 도착해서 다행이다. (시계와 저 멀리 보이는 캘버리를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보며 붙잡은 손을 힘주어 다시 잡는다.) 남은 시간동안, 아침 해를 볼까.
렌:(네 손끝에 걸린 안전지대. 저 곳으로 가게 된다면 이제 정말 너와 헤어져야 하는걸까. 어둠을 걷히며 떠오르는 해도,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도 모두 이대로 멈추었으면 했다.) ...후회되지 않아? (그리고 입밖으로 나온 말은 이토록 덧없는 것이었다. 후회한다고 한들 시간을 돌릴 수 있는것도 아니고, 네 입에서 나올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붙잡은 손을 내려다보다가 결국 네 앞으로 스러지듯 양 무릎을 꿇고 매달리듯 그 손에 제 뺨을 문질렀다.)
라가:(제 앞에 꿇어앉은 너를 보며 한참을 대답없이 내려보다가 천천히 무릎을 접고 눈높이를 맞춰 풀썩, 잔디밭에 앉는다. 손에 담긴 네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후회...는 되지 않는데, 멀쩡한 세상에서 너를 더 오래오래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네. (뺨을 만지고, 눈가를 만지고, 그렇게나 좋아하던 긴 머리카락을 스쳐 네 목에 팔을 둘러 껴안는다. ) 나 없이 잘 살지 못할건 알지만, 그냥... 못해본 일이 많잖아. 그걸 다 하게 해주고 싶었어.
렌:(언제부터 흘렀는지도 모를 눈물이 뺨과 네 손을 적셔간다. 너는 어떻게 이런 상황에도 이리도 저만을 위하고 어른스러울 수 있을까. 꼭 마주 안은 온기를 느끼며 옷자락을 힘주어 잡았다. 이 손을 놓으면 당장이라도 네가 떠나갈 것만 같아서.) 내가, 내가 꼭 찾아낼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네가 내게 준 사랑을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을까. 제가 이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것 뿐이었다. 제 생명을 담보로 만들어준 그 노트로 하루빨리 치료제를 만들고, 너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못해본 일들을 너와 함께 하는 것.) 난,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릴거야. 그리고 꼭 너를 찾아서 같이 할거니까... (울음이 집어삼킨 목소리는 어쩌면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을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떨리고 형편없었다. 그럼에도 차오르는 숨을 삼켜가며 말을 이었다.) 사랑해, 자기야. 내가, 내가 진짜 많이 사랑해.
라가:(울먹이는 소리에 말이 묻혀도 다 알아들을 수 있다. 왜냐면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 너의 울음소리에 왠지 웃음이 새어나와 말을 들으면서 웃다가도 멀쩡히 살아있는 한쪽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흐른다. 나를 안아주는 너의 품의 온기가 따뜻해 품을 파고들어 아이처럼 우는 너의 등을 토닥였다.) 응, 꼭 나 찾아와. 찾기 쉽게, 이 모습 그대로 있을게. 꼭 치료제도 만들고, 나도 찾아주고, 그러면 나도 꼭 치료해줘. 그럼 우리 앞으로도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야. (행복할지도 모르는 미래를 상상할수록 웃으며 휘어진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른다. 너의 사랑고백에 웃음을 띄고있던 입꼬리가 천천히 내려가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많이 사랑해. 얼마나 많이 사랑하냐면, 자기가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해.
렌:응, 응 꼭 그럴게. 자기 모습이 어떻게 변해도 꼭 찾을테니까. (결국 네 목소리도 눈물에 젖어간다. 마지막에 웃으며 보내줘야 했는데. 그래야 네가 조금이나마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후회하기엔 이미 늦어버렸고, 스스로의 감정을 추스를수도 없었다. 네 사랑고백이 끝나면 천천히 꼭 안았던 몸을 뗴어내고 제 목에 걸려있던 군번줄까지 빼서 네 목에 걸어준다. 그리고는 뺨을 타고 흐르는 네 눈물을 닦고, 조심스레 감싸 입을 맞췄다. 짧은 입맞춤을 하고 나면 늘 저를 보며 웃어주던 입꼬리에도, 애정을 가득 담아 봐주던 눈꼬리에도 차례로 입술을 꾹꾹 눌렀다. 그러고나면 입꼬리를 간신히 끌어올려 미소지어본다. 지금이라도 네 마지막 기억 속의 내가 웃는 얼굴로,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한 모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이 군번줄, 잃어버리지 말고 꼭 가지고 있어. 내가 나중에 꼭 자기 찾아서 되돌려 받을테니까. 알았지? 이거 잃어버리면 나 진짜 삐질거야. (장난스러운 말도 남기고나면 그제서야 또 이별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정말 이대로 너를 보내야 하는건지, 이대로 헤어지고 나면 또 언제 널 볼 수 있을지. 너 없이 살아갈 날들이 벌써 막막하기만 했다.)
라가:(목에 걸어진 두 명 분의 군번줄을 보고 웃는다.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계속, 계속 고개를 끄덕이다가... 목이 매여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눈물을 옷소매로 벅벅 닦아낸다. 젖은 자국이 가득한 얼굴을 들고 네 입에 입맞추면 짠 맛이 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꼭 가지고 있을게. 내가 잠깐 맡아주는거야. 찾으러 와. (일그러진 얼굴로 미소짓는 너를 보며 저도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린다. 남아있던 눈물도 닦아 흐트러진 머리카락도 다시 정리하고, 그러고 너를 바라보면 네 뒤로 보이는 환한 햇빛에 시계를 바라본다.) 이제 진짜 헤어져야겠다. 조금 시간은 길겠지만, 난 잘 기다릴거야. (노트를 집어 네 품에 잘 안겨준다. 길을 가다가 네가 떨어트릴 수도 있으니까, 손도 잡아 이끌어 노트를 잡게 손가락 하나하나 옮겨준다.) 약속해줘. 부디 너만은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렌:(미소지어주는 너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널 다시 보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니 최대한 오래 기억해야 했으므로. 반드시 너를 찾겠다는 약속도 몇 번이나 하고나면 멈추기를 바랐던 시간은 그동안에도 착실히 흘러 이제 정말 끝이 다가온다. 네가 건네준 노트를 쥐는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을 주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자기를 되찾기 전까지는 절대 안 죽을거야. 자기도 나 믿지? (헤어질때가 되어서야 의젓하게 말을 건네고 다시 한 번 너를 품 안으로 꼭 끌어안았다가 놓아준다. 이 온기도 이제 제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도록.) 난, 나는 절대 안 죽을거야. 자기랑 약속했잖아.
라가:응, 믿어. 무조건 내 옆에 묻히는거야. (품에서 빠져나가는 온기가 허전하다. 그 너머로 보이는 햇살이 눈부셔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 캘버리가 보이도록 너를 돌려세운다.) 이제 가야돼. 뒤 돌아보지 말고 가. 안녕.
안녕,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당신은 등을 돌려 안전지대를 향해 달음박질합니다.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것은 차오르는 눈물이겠지요.
당신은 숨을 몰아쉬며 눈앞의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벽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잠시 후 높은 철문이 당신 앞에서 열리는 순간,
등 뒤에서 타앙,
하고 가슴을 찢는 날카로운 총성이 들려옵니다.
당신이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쿵, 하고 문이 닫히고..
비로소 당신은 안전지대에 도달했습니다.
수많은 생존자들이 당신을 반겼지만 당신 곁에 라가는 없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 좀비 사태 이후 처음이건만,
당신은 그 어느 때에도 느낀 적 없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당신이 안전지대에 합류하고 수 주가 지났습니다.
연합정부는 노트의 내용이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라는 것을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몇몇 학자들이 이 공식을 본 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오늘, 처음으로 노트의 공식을 사용한 실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치료제의 이름은 노트의 작성자인 라가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 과정 동안 수십 개의 사본이 만들어지고 오늘에야 비로소 당신의 손에 노트의 원본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겨를이 없어서 펼쳐보지도 못했던 노트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 처음보다 더욱 낡고 너덜거립니다.
당신은 이제야 라가가 남긴 노트를 펼쳐보았습니다.
한 장,한 장 노트를 넘기면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모국어로 적힌 것 외에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당신은 노트를 빠르게 넘겨 마지막 장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노트의 맨 마지막장에 적힌 것은...
END.1 이것은 모두 너를 위한 선택
렌 생환, 라가 로스트